P.08 나의 두려움
나의 두려움은 나의 불안감이다.
다른 무엇보다 내 감정 속에서 피어오르는
그 무언가가 나는 가장 무섭다.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그것은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기에는
큰 장애물이 됐다.
불안감으로 인해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고
무엇을 해도 행복감과 즐거움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적어도 몇 달 전까지의 이야기다.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
무기력이 따라오고는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진행하던 일에
의미가 생기고 그 일이 너무나 소중해지면
곧 그 일을 놓아버리고 슬픔에 잠긴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건 내 영혼이 자랄 수 있게 물을 주는 일인데
세상 속에 날 집어넣으면 그런 일 따위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날 사랑해서 하는 행위임에도
그런 뜻을 잃어버린 채 세상을 원망하며
이곳은 나와 결이 맞지 않은 곳이라
단정해 버렸다.
나와 맞지 않은 곳이기에
존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불교의 교리를 공부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다.
가만히 나를 살펴보니
습관적으로 나 자신을 낮추고
의도적으로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건 내가 즐거워서 몰두하는 일 보다
현실적인 삶에 더 집중하려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불교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 중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건
'나'를 '나'로 의식하지 않는 명상이었다.
그건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야만
가능한 건 아니었다.
내 안에서 불쾌한 감정이 피어오르면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천천히 그 감정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저항으로
차선책을 강구하거나 당장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여전했다.
차선책도 당장 해결하고 싶은 욕구도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이 었기 때문이다.
나는 방법을 바꿔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 나는 불안감에 쌓이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 감정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봤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생각을 하지 않고
흘려보내 보기로 했더니
그 불쾌한 감정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어차피 될 일은 된다. 안될 일은 안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난 마치 내가 아닌 듯
여기 나라는 존재의 삶을 영화를 관람하듯
조용히 따가가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들보다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어떠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행복해하는 나라는
존재의 삶을 그렇게 응원하고 있다.
그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즐겁지 않았다.
항상 현실적인 문제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그게 지금 중요한 거야?'
라면서 나를 다그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냥 내가 즐거우면 됐다.
어차피 세상은 허상이고 내 시선에는
나라는 존재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더 의미가 있게 되었다.
RASKO의 브런치스토리
프리랜서 | 철학적 질문과 삶의 본질에 대한 에세이 잊고 지냈던 감정과 관계의 아름다움을 다시 꺼내보는 글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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